▲남광진 변호사
▲남광진 변호사

여교사가 자신이 근무하던 고등학교에 다니던 남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경우, 여교사를 아동학대범죄의 가해자로, 남학생을 피해자로 볼 수 있을까.

<사실 관계>

가. 피고인은 법률혼 관계의 배우자가 있으며, 00시 소재 00고등학교에 소속된 기간제 교사로서 아동학대범죄의 신고의무자이다.

나. 피해아동은 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다. 피고인은 모텔, 차량 안 등지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피해아동과 성관계를 가지거나 유사성행위를 하였다.

라. 검찰은 “피고인은 아동학대범죄의 신고의무자인 교원임에도 피해아동에 대하여 성적 학대행위를 하였다”는 취지로, 아동학대범죄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으로 의율하여 법원에 공소제기를 하였다.

마. 피고인은 “피해아동과 교제한 것이고, 피해아동은 온전히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성적 학대를 가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하였다.

바.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였을까.

<판결 요지>

가. 이 사건 당시 피해아동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피해아동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하게 행사할 수 없음을 이용하여 피해아동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할 것이다. 이같은 피고인의 행동은 아동복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 

나. 피해아동도 피고인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끼고 피고인이 요구하는 성적 행위에 대해 동의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같다. 그러나 피해자가 아직 건전한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 있는 점, 두 사람의 나이 차이나 같은 학교 교사와 제자의 관계에 있는 점에 비추어 피고인이 관계의 주도권을 행사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유부녀임을 알고 있음에도 성적 관계를 유지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할 수 없다. 설령 외관상 피해아동이 성행위에 동의했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아동이 온전하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피고인은 교사로서 피해아동이 올바른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을 형성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피해아동을 아동학대 범죄로부터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점, 그밖에 성행위에 이른 과정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피해아동의 심리적 취약상태를 이용하여 성관계에 나아간 것으로써 피해아동의 소극적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 또한 피고인의 행위는 성적 도의관념에도 어긋나고 피해아동의 건전한 성적 가치관의 형성 및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임이 명백하다고 판단된다.

라. 따라서 피고인은 유죄.

<판결의 의의>

가. 아동복지법 제1조는 “이 법은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동의 복지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조는 “아동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위하여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나야 한다(제2항).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제3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3조 제7호에서는 아동학대를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제17조 제2호에서 “누구든지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하고 있다. 

이러한 아동복지법의 입법목적과 기본이념 등을 종합하면,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성적 학대행위’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행위로서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를 의미하고, 성폭행의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성적 행위도 그것이 성적 도의관념에 어긋나고 아동의 건전한 성적 가치관의 형성 등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현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면 이에 포함된다(대법원 2017. 6. 15. 선고 2017도3448 판결).

나. 한편 피해 아동이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아니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거나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상당히 부족한 경우라면 자신의 성적 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자발적이고 진지하게 행사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려우므로, 행위자의 요구에 피해 아동이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였거나 행위자의 행위로 인해 피해 아동이 현실적으로 육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느끼지 아니하는 등의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행위자의 피해 아동에 대한 성희롱 등의 행위가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도7787 판결)

다. 따라서 이 사건 재판부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당시 피해아동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그 전제에서 피해아동이 외관상 성행위에 동의했거나 적극적으로 성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피해아동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봄은 타당하다. 

성폭행의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거나 외관상 서로 동의하여 이루어진 성적 행위도 그것이 성적 도의관념에 어긋나고 아동의 건전한 성적 가치관의 형성 등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현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면 아동복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성적 학대행위로 봄이 마땅하다. 따라서 본 재판부의 판단에 동의한다.

<나가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는, 아동·청소년은 사회적·문화적 제약 등으로 아직 온전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지적·심리적·관계적 자원의 부족으로 타인의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동·청소년은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 건강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있으므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는 아동·청소년이 성과 관련한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추구하고 자율적 인격을 형성·발전시키는 데에 심각하고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사인 피고인이 도리어 피해아동의 심리적‧성적 취약성을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이를 이용하여 피해아동과 여러차례 성관계를 가졌다면, 이는 명백히 성적 학대행위이다. 

피해아동을 피해자로 보는 점에 대해 반대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른다면 피해아동이 아직 성관념을 제대로 형성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우리 법원은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이므로 좀 더 보수적으로 판단함이 옳다고 본다. 만약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다면 피해아동의 성적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심어줄 것이다. 물론 성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사법현장과 교육현장이 든든한 지킴이가 되어주어야 우리 청소년의 건전한 성적 가치관과 인격 발달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뉴스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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