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험은 소득이 취약한 지방에서 더 크게 나타나지만 금융복지상담 서비스는 재정 여력이 있는 대도시에서만 제공되는 '역진적 구조'입니다"
오문준 서울시복지재단 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14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지자체 금융복지상담센터 법제화, 이젠 필요하다!' 토론회에서 이렇게 역설했다.
역진적 구조는 필요성이 높은 집단일수록 혜택, 서비스의 수혜율이 낮아지고 필요성이 낮은 집단이 오히려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구조를 말한다. 오 연구위원은 이러한 구조가 나타나는 원인이 금융복지상담센터가 어떤 중앙 부처의 소관 법률에도 없는 임의 사업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오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금융복지상담센터들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존폐가 결정되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다. 금융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고 금융복지상담 서비스가 필요한 지방은 센터 문조차 열기 어렵거나 금방 축소될 위험에 놓여있는 반면 재정이 튼튼한 수도권에선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40개의 금융복지센터가 운영 중이다.
서울시는 2013년 최초로 금융복지센터를 설립한 이후 재원을 활용해 상담인력 40명을 배치했으며 중앙·지역·청년 특화 각 1개, 9개, 1개 등 11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 연간 상담 3만2907건을 기록했으며, 이중 복지로 연계된 상담은 4532건이었다. 이를 통한 누적 채무 조정액은 3조5845억원이었다.
경기도는 금융복지상담센터의 운영·관리를 경기도복지재단에 위탁했으며 광역 센터 1개, 시·군 센터 8개를 두고 있다. 2023년 기준 연간 상담은 3만4445건으로 이중 채무상담·복지 연계는 각각 85%, 3%를 차지한다. 경기도 금융복지센터는 뿐만 아니라 불법사금융에 대한 피해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비수도권에서는 충남·전북에만 금융복지상담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정작 상담이 필요한 지역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게 오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이에 금융복지상담센터가 없는 비수도권의 다른 광역 기초자치단체 주민들은 금융 위험에 노출돼도 정부·지자체 지원을 받기 어렵다.
오 연구위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함께 분담하는 구조가 도입되면 국민 누구나 최소 수준의 금융복지상담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에서 금융복지상담사 자격 제도를 신설하고 경력 인정·승급 체계 등을 법에 담아 전문성을 강화하고 상담 품질을 균등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법제화의 필요성은 해외 주요국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영국은 2010년 'Financial Services Act'에 근거해 금융복지 상담 기관을 중앙정부 산하에 설립하고 상담사 인증제를 명문화했으며 일본도 2015년 '생활곤궁자립지원법'을 통해 지방정부 주도의 상담소 설치와 국가 보조금 지원을 법제화했다.
오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금융복지상담센터가 제도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해외 주요국의 사례처럼 △법률에 근거한 설치 의무화 △중앙정부의 재정 책임 △상담자 자격제도의 제도화가 핵심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법제화를 위해 강력한 설득 논리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송병관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 과장은 "금융복지상담센터 법제화를 위해 서민금융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을 만드는 등의 여러 방법들이 있지만 법안 심사 소위에서 우선 추진 법안이 돼야 한다"며 "왜 센터가 필요한지 정치인들과 국민들에게 더 쉽게 설명하고 강력한 설득 논리가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 과장은 자신이 언급한 '강력한 설득 논리'를 충족시키는 대표 사례로 화성시 금융복지상담센터 모델이 제시했다.. 화성시 금융복지 모델은 △통합복지 △생명안전망 최전선 △찾아가는 현장 중심 행정 △지속가능 선순환 시스템을 내세워 다른 지역의 금융복지상담센터와 차별화하고 있다. 작년 6월 개소해 현재까지 1953건의 상담을 통해 457억원 규모의 채무조정을 달성하기도 했다.
아울러 26명의 금융복지상담사가 프로그램을 수료했고 이 중 20명이 자격을 취득해 지역 전문 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송 과장은 "오늘 화성시 금융복지상담센터의 사례들이 많이 발굴됐다"며 "법이 통과되기 위해 정치권에선 이런 사례들을 많이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이 센터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을 더 설득하고 어떤 방식이 설득이 쉬운지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뉴스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