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범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모양새다. 모기업인 KT의 수장 김영섭 대표가 최근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KT(케이티)그룹 내 '윤석열 사람들'에 대한 물갈이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부진한 실적도 최 대표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김영섭 대표는 지난 4일 열린 KT 이사회에서 연임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김 대표는 오는 2026년 3월 임기 만료가 되면 KT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최근 발생한 소액결제 해킹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치권과 업계 내에선 이재명 정부로의 정권교체에 따른 자연스런 수순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LG그룹 출신인 김 대표는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KT 대표이사로 취임할 때 야권(더불어민주당 등 현 여권)을 '낙하산' 의혹이 제기됐던 인물이다. 당시 연임을 추진했던 구현모 전 대표, 공모를 통해 새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선정됐던 윤경림 전 사장 등이 석연찮은 이유로 중도 낙마했기 때문이다. 올해 10월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구 전 대표는 "이관섭 전 대통령 비서실장(윤석열 정부)이 아는 사람을 통해 사퇴를 권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같은 자리에서 윤 전 사장은 "용산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빨리 사퇴하라는 권유를 여러 경로로 받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때문에 김 대표의 연임 포기 선언에 따른 후폭풍이 윤석열 정부 때 KT그룹의 요직을 차지한 인사들의 거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는 게 최영범 대표다. 언론인 출신인 최 대표는 효성그룹 커뮤니케이션실장(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중 2022년 윤석열 정부의 호출을 받아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 대회협력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그리고 2024년 3월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사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최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6년 3월 만료된다. 2년의 임기 내내 그는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실제로 전국언론노동조합 스카이라이프지부는 지난해 최 대표 취임 직후 성명서를 내고 "최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낙하산 인사라는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조가 그토록 외쳐왔던 사장 선임의 독립성이 산산히 부서져버린 현실을 개탄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조는 올해 3월에도 '독선과 감정적 폭주의 경영설명회를 만든 최영범은 사죄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사장은 직원들에게 감정을 표출하는 자리가 아니다. 비판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리더십은 구성원의 신뢰를 무너뜨릴 뿐"이라며 최 대표를 향해 날 선 발언을 이어갔다.
부진한 실적도 최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하는 대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KT스카이라이프는 2025년 1~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영업수익) 7370억3900만 원, 영업이익 345억6000만 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8% 감소하고, 영업익은 65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570% 가량 늘었다.
표면적으론 우수한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보이나 관련 업계에선 이를 평가절하하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기술적 회계 처리를 통해 매출이 줄었음에도 영업익이 확대되는 효과를 누려서다. 올해 1~9월 KT스카이라이프는 영업비용 명목으로 7024억7800만 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589억 원 가량 절감된 수준이다. KT스카이라이프가 가장 많이 아낀 비용은 상각비(전년比 -264억 원)와 기타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 전년比 -211억 원)로, 모두 회계 처리 과정에서 충분히 조정 가능한 지출 항목이다.
기저효과 영향도 존재한다. 최 대표 취임 첫 해인 2024년 KT스카이라이프는 연결기준 매출 1조229억 원, 영업손실 10억7600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0.3% 감소하고, 영업손익은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익은 -1561억 원으로, 적자폭이 40% 가까이 확대됐다. 이처럼 지난해에 저조한 실적을 냈으니, 올해 실적이 상대적으로 우수해 보이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대신증권은 지난 11일 종목 보고서를 통해 "올해 3분기 영업익 반등에 성공했지만 커뮤니케이션 매출 증가에 따라 네트워크 비용이 동반 상승하고 있어 비용 구조 개선으로 보기엔 이르다"며 "전체 가입자 순증이 본격화되고 네트워크 비용 부담이 완화돼야 실적 상향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순간부터 어쩌면 김영섭 대표와 최영범 대표의 거취는 불투명해졌는지도 모른다. 더욱이 김 대표가 연임 포기 의사를 스스로 밝힌 만큼, 최 대표의 연임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KT그룹의 새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 그리고 국민연금공단의 주도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뉴스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