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 '빅3'인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이 3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쉽게 웃지 못하고 있다. 본업인 보험손익이 뒷걸음질 친 탓인 데, 3사는 투자손익으로 실적 감소를 방어했다.
관계자들은 대형사들의 보험손익이 부진한 건 그만큼 생보업계 영업환경이 나빠진 의미라며 각 회사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모델을 '보험영업'에서 '투자'로 전환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교보·한화생명의 3분기 누적 순익(연결기준)은 총 3조9051억원이다. 작년 3분기 3조7861억원보다 3.1% 증가해 4조원을 육박하는 호실적이다. 3사 중에선 삼성생명이 2조2320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로 나타났다.
이어 △교보생명 9042억원 △한화생명 7689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세 회사의 순이익은 1년 전에 비해 각각 3.1%, 1.2%, 5.8% 늘어난 수준이다.
세 회사의 또 다른 공통점은 보험손익이 줄어든 동시에 투자손익이 늘었다는 점이다. 보험손익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통해 얻은 수익(보험료 등)에서 비용(보험금 등)을 차감한 이익 또는 손실로 말 그대로 보험사의 '본업'이다. 투자손익은 자산운용 등 본업 이외 사업에 얻은 이익, 손실을 의미한다.
삼성생명이 순익 2조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투자로 얻은 이익이 9.3%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험손익의 감소분(6.7%)을 상쇄한 것인데, 그 결과 전체 영업이익이 1.5% 증가했다. 여기에 지분법평가이익, 유·무형자산처분이익 등이 포함된 영업외이익이 19.2% 늘면서 순이익을 견인했다.
교보생명도 비슷한 상황이다. 보험손익이 24.7% 쪼그라든 가운데 투자손익이 20.6% 늘면서 영업익을 4.0% 끌어올렸다. 특히 운용을 목적으로 투자한 금융상품(주식, 채권 등)의 가치변동으로 얻은 공정가치측정금융상품관련이익이 83%나 불어나면서 전체 투자손익을 이끌었다.
한화생명에서도 보험손익 감소, 투자손익 증가가 동시에 관측됐다. 특히 투자손익이 197.6%나 급증했다. 이 때 보험손익은 46.1% 줄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은 6.4% 성장했고 순익은 5.8% 늘었다. 증가율만 보면 3사 중 가장 높았다.
보험손익이 부진한 건 비단 삼성, 교보, 한화 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생보사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투자를 확대할 여력이 없어 투자손익으로 보험손익을 메꾸지 못한다면 순익은 그대로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전체 생명보험사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했다.
보험손익이 20.9% 쪼그라든 가운데, 투자손익은 19.4% 증가했다. 이는 많은 보험사들이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보사들의 보험손익이 축소되고 있는 건 생보상품이 손보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납입 기간이 긴 데다 전반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또 생보상품 자체에도 매력이 없어 신규 고객 유입도 줄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보험사들은 작년부터 투자에 속도를 내며 수익모델에 변화를 주기 시작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한화생명, 흥국생명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참전한 것도 그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삼성생명이 유럽 사모펀드 운용사 '헤이핀'의 지분을 취득하고 한화생명이 미국의 증권사 벨로시티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이야기다.
관계자는 "보험사의 자산운용사 인수는 당장의 순이익 뿐만 아니라 부동산PF 등 여러 대체투자로 사업모델을 확대할 수 있다"며 "자산운용사, 증권사들이 가진 자산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관심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뉴스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