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사옥 전경=포스코 제공
▲포스코 사옥 전경=포스코 제공

장인화 포스코(POSCO)그룹 회장이 코너에 몰린 모양새다. 정권교체 이후 정치권발(發) 압박, 잇따른 중대재해, 실적 부진으로 인한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소액주주들까지 주가 하락을 명분으로 들고 일어섰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상황임에도 장 회장의 거취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 포스코스틸리온 등 포스코그룹 상장사의 일부 소액주주들은 오는 12월 2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소재 포스코센터 앞에서 '주주무시·무능경영 장인화 회장·천시열 대표 사퇴 촉구 및 규탄 집회'을 열 예정이다. 해당 집회를 주도 중인 소액주주는 장인화 체제 출범 이후 그룹 상장사들의 주가가 하락하자 다른 소액주주들과 손잡고 사측에 주주간담회 등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주주 결집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주간담회를 요청하고 상생의 길을 가려고 인내하면서 기다렸으나 사측은 액면분할은커녕 간담회도 거부했다"며 "장인화가 회장이 되고 노동자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주주는 주가 폭락으로 죽어가고 있다. 장 회장이 퇴진해야 포스코에도 희망이 생긴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를 무시하는 경영진의 퇴진을 위해 함께해주길 바란다. 집회에 함께해 포스코 주가에 온기를 불어 넣자"고 포스코홀딩스 등 소액주주들에게 결집을 호소했다.

아울러 사측이 소액주주의 요청 사항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시 연말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2차 규탄 집회를 개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포스코그룹은 소유분산기업(소유 지분이 분산돼 오너·지배주주가 없는 회사)으로,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이고, 소액주주 지분율은 77.56%(지주사 포스코홀딩스, 2025년 6월 말 기준)에 이른다. 외풍과 여론에 취약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집회 당일 소액주주들이 몰리지 않더라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최근 장 회장은 사면초가 신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곤경에 처한 실정이다. 포스코그룹은 정권교체가 이뤄질 때마다 혼란을 겪는 바 있고, 장 회장은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4년 3월 새 회장으로 선임된 인사다.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올해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부터 장 회장이 중도하차(오는 2027년 3월 임기 만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지속 제기돼 왔다(관련 기사: '계속 일하고 싶어요'…납작 엎드린 소유분산社 CEO들).

이 가운데 장 회장과 포스코그룹은 정치권에 중대재해라는 명분을 스스로 제공했다. 연속적인 사망사고는 기업가치 훼손 요인으로 평가돼 정치권의 압박 강도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은 포스코,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건설) 등에서 연이어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살자고 간 직장이 전쟁터가 된 것인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해 똑같이 사망하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인데도 방어하지 않은 거다.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한 결과가 아닌가 싶어 정말 참담하다.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닌가"라며 포스코그룹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특정 기업을 저격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더욱이 장 회장은 현 정권 출범 이후 대통령 해외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계속 제외됐다. 이례적인 압박이 아니라 중도퇴진을 위한 자연스러운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왔다.

장 회장은 정면돌파를 택했다. 포스코그룹은 안전관리 전문 자회사인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을 설립했고,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안전혁신·미래전략 자문위원회'를 회장 직속 독립 기관으로 구성했다. '대기업이 청년 취업문을 넓혀달라'는 이 대통령의 요구에 부응해 올해 신규채용 규모를 2600명에서 3000명으로 확대하고 향후 5년간 1만 50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장 회장 주도 하의 안전 관리 대책 시행에도 포스코그룹 내에서 산업재해는 끊이질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선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직원 2명과 포스코 직원 1명이 가스를 유독가스를 흡입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로 2명은 중태에 빠졌고, 1명은 의식 장애를 겪고 있다. 앞서 지난 5일에도 같은 사업장에서 포스코DX의 하청업체 직원 1명이 전기 작업을 하던 중 유해 화학 물질에 노출돼 숨지는 일이 있었다. 장 회장의 처방이 먹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포스코 제공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포스코 제공

실적도 장 회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다. 그가 취임한 이후 포스코그룹의 실적은 뚜렷하게 하향 곡선을 그렸다. 매출과 수익성이 동반 악화되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중국의 저가 공세 등으로 인해 포스코그룹의 주력 사업인 철강 업황이 침체됐고, 장 회장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직접 낙점한 신사업인 이차전지 업종의 불확실성이 계속 확대된 결과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2024년 연결기준 매출 72조6881억 원, 영업이익 2조173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76%, 영업익은 38.45% 각각 줄어든 수준이다. 올해에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2025년 1~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 52조2534억 원, 영업이익 1조814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79%, 영업익은 12.69% 줄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50.63% 빠졌다. 

이처럼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주가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장 회장의 취임한 2024년 3월 포스코홀딩스 주식은 1주당 42만 원대에 거래됐다. 그러나 이후 포스코홀딩스의 주가는 지속 하락하면서 올해 초에는 장중 한때 20만 원대까지 떨어졌고, 현재(2025년 11월 21일 종가 기준)는 31만500원을 기록 중이다.

포스코퓨처엠(2024년 3월 29일 29만4187원→2025년 11월 21일 19만2500원), 포스코DX(4만900원→2만4400원), 포스코스틸리온(4만8900원→2만4400원), 포스코엠텍(2만2750원→1만4930원) 등 다른 상장사들의 주가도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그룹 소액주주들이 들고 일어난 주된 이유다.

  [뉴스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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