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노동조합이 대리운전 중개업체들을 고발했다. 대리기사 임금 정산 과정에서 관리비를 무단 공제하고 내역 공개를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5일 오전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기사들의 계좌에서 관리비를 무단 공제하면서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한 대리운전 중개업체들을 노동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창배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휴맥스그룹 계열 대리운전 중개업체인 엔젤플러스가 대리기사 임금 계좌에서 임의로 공제하는 하루 약 500원의 관리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대리업체가 부과하는 비용 중) 관리비가 제일 이상하다. 대리업체들은 자신들이 마치 건물주가 된 양 매월 관리비를 받아 챙긴다"며 "관리비 사용처를 물어보니 어떤 업주는 보험 업무를 얘기하고, 어떤 업주는 사고 지원을 얘기하고, 어떤 업주는 등록 유지에 비용이 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조건들에 대해서는 경영권을 주장하며 교섭을 거부하고, 회사 경영비용은 왜 대리기사의 계좌에서 공제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대리운전노조에 따르면 카카오 모빌리티나 SK티맵 등 대형 플랫폼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리운전 중개업체들은 대리기사의 수익 계좌에서 관리비 명목으로 매일 일정 금액을 공제하고 있다.
대리운전노조는 엔젤플러스 등 대리운전 업체가 대리기사의 수익 계좌에서 관리비를 공제하는 건 현행법에 어긋난 행위라고 주장한다. 근로기준법에서는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 '임금은 직접 근로자에게 (공제액 없이)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리운전기사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특수고용직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노조는 대리기사와 대리운전 업체들이 엄연히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에 있는 현실인 만큼, 근로기준법에 따라 이번 사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는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도 차별과 배제 없는 일터를 만들겠다고 했다"며 "근로기준법을 예외 없이 적용해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자 추정제 도입으로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해소해야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지발언을 맡은 홍창의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은 "대리기사의 수익에서 관리비를 공제하는 것은 사실상 중간착취"라고 말했다. 홍 수부위원장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보호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회사가 교묘한 착취 구조를 만들기 쉽다"며 '근로자 추정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 추정제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에 포함된 것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의 입증 책임을 기존 근로자에서 사용자로 전환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지난 2월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당 법안의 골자는 근로자성에 대한 쟁점이 발생하면 노동위원회에서 근로자성을 추정하되 사용자에게 반증권을 주는 것이다. 이때 사용자가 '근로자 아님'을 입증하지 못할 시 근로자임이 인정된다.
김 의원은 발의안에서 "(현행 법률은) 소송 당사자인 근로자가 관련 사실을 모두 입증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며 "근로자의 업무수행, 근로조건 및 고용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사용자로 보도록 함으로써 고용형태의 다양화라는 시대변화에 부합하는 입법적 대응을 하고자 한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근로계약의 체결 당사자 여부에 관계없이 업무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임금·복리후생·해고 등 해당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고용문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근로자와 사용자의 관계로 볼 수 있게 된다.
홍 수부위원장은 "민주노총과 대리운전노조 등은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2026년 투쟁 과제로 삼아 관련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병후 대리운전노조 법인기사위원회 조직부장은 "(근로자 추정제 도입이) 대리운전기사를 비롯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과 프리랜서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차별 없이 적용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리운전노조는 대리기사 수익 계좌에서 관리비를 공제하는 대리운전 중개업체에 대한 고발장을 고용노동청에 직접 접수했다. [뉴스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