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부업?'…엔씨소프트, 단기투자자산 1조 원 돌파
현금 보유고 줄이고 투자 활동 확대 영업익보다 영업외수익 많은 구조 고착
엔씨(NC)소프트의 정체성이 게임 개발사에서 투자사로 바뀌는 모양새다. 연구개발비를 줄여가면서까지 가용 자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재무제표에는 영업활동보다 영업외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더 많은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지난 14일 엔씨소프트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9월 말 연결기준 엔씨소프트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165억1300만 원으로, 2024년 말(1조2605억 원) 대비 66.9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단기금융상품은 1782억9326만 원에서 5949억4581만 원으로 233.69% 늘었고, 유동 투자자산(단기투자자산)은 398억1624만 원에서 1조502억 원으로 27배 가량 급증했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게임 개발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였다. 올해 1~3분기 엔씨소프트가 연구개발 명목으로 지출한 비용은 2634억8289만 원으로 파악된다. 이는 전년 동기(3396억1213만 원)보다 22.42% 줄어든 수준이다. 동기간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9%에서 24%로 5%p 축소됐다.
이는 최근 국내 게임산업의 전반적인 업황 악화와 불확실성 확대, 신작 게임 흥행 실패 등 엔씨소프트의 자체적인 문제로 부진한 실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안정적 수익 확보를 최우선으로 둔 재무 전략을 불가피하게 펼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재무제표 주석을 살펴보면 1조 원이 넘는 유동 투자자산 중 90% 이상이 채무상품(9617억3027만 원)으로 분류돼 있으며, 국공채와 지분상품·파생상품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대부분 단기 회사채, CD(양도성예금증서), CP(기업어음), MMF(단기금융상품 위주 펀드) 등으로 추정된다. 저위험 투자 포트폴리오인 셈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엔씨소프트는 2025년 1~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 1조1027억 원, 영업이익 128억3157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65%, 영업익은 36.71% 각각 감소했다. 파이는 줄고, 수익성은 악화된 것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43.07% 증가한 3489억1420만 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서울 강남구 소재 '엔씨타워1'(NC Tower 1) 매각 대금이 영업외수익(3558억7579만 원)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하면 순손익의 경우 사실상 적자전환이다.
엔씨소프트가 본업 대신 투자 활동에 집중하면서까지 최소한의 수익성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경기 성남 분당구 판교신도시 일대에 짓고 있는 신사옥인 '글로벌 RDI 센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엔씨소프트는 2024년 4월 기공식을 열고 글로벌 RDI 센터 착공에 돌입한 바 있다. 해당 공사에 투입되는 비용은 약 6000억 원으로, 준공은 오는 2027년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엔씨소프트의 수익 구조는 글로벌 RDI 센터 현장의 첫 삽을 뜬 지난해부터 영업활동 외 수익이 영업활동 수익보다 큰 구조로 재편됐다. 게임 개발·판매·운영으로 벌어들인 돈보다 금융상품 투자 등으로 확보한 돈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엔씨소프트는 2023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1372억8351만 원·영업외이익 689억4456만 원을 기록했는데, 2024년에는 영업손실 -1092억1597만 원·영업외이익 2301억2330만 원으로 반전됐다. 올해(1~3분기 누적)에도 영업이익 128억3157만 원, 영업외이익 4202억7858만 원(엔씨타워1 매각대금 제외 시 약 644억 원)으로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신작 게임인 아이온2(오는 19일 정식 출시 예정)가 기록적인 흥행 성적을 거두지 않는 한, 글로벌 RDI 센터가 준공될 때까지 향후 수년간 이 같은 수익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뉴스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