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빅4, 3Q 실적 개선됐지만 '경쟁력 제자리'…"정부 지원 절실"

본원적 경쟁력 아닌 원자재 가격 하락 영향…지속성 불투명 "석유화학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 통해 실질적 반등 모색해야"

2025-11-17     곽바다 기자
▲ 기사와 관계 없는 사진. 사진=Pixabay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들이 2025년 3분기 일제히 실적 회복에 성공했다.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LG화학, 금호석유화학 등 이른바 석화 빅4는 수익성을 개선하거나 적자폭을 줄였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나, 최근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숨통이 트인 것으로 보인다.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각 사(社)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매출 4조7861억 원, 영업손실 132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소폭(5.8%) 감소했으나 적자폭을 축소하는 데에 성공(약 2848억 원↓)했다.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도 영업손실 규모를 803억 원에서 74억 원으로 줄였으며, 매출은 3조 3643억 원으로 약 22.5% 늘었다.

LG화학은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11% 가량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895억 원에서 6797억 원으로 증가했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매출은 약 10%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9.7% 가량 늘어 844억 원을 기록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국제 유가 하락, 나프타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인하 등이 석유화학사들의 실적 개선에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의 시세가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일부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톤당 180달러 정도였던 나프타(원료)-에틸렌(제품)의 스프레드(원자재-제품간 가격차)는 지난 9월 말 기준 평균 200달러를 넘어섰다.

때문에 올해 3분기 실적 개선이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된다. 각 업체들의 본원적 경쟁력이 여전히 악화일로인 데다,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틸렌 스프레드 역시 110달러 수준(2025년 11월 14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 기준)까지 다시 내려간 상황이다. 범정부 차원의 석화업계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지원이 경쟁력 강화 변곡점 될까

정부는 부진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석유화학산업 특별법' 제정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RE100' 비전에 따른 정책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을 치를 당시 "석유화학산업을 포함한 한계 산업의 구조 전환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며 특별법 제정을 통한 금융·세금·기술투자 등 산업 지원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지난 8월 '석화산업 구조 개편 로드맵'을 발표하고 석화기업들에게 연말까지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방안 등을 포함하는 사업재편 계획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각 업체들의 사업재편 계획을 바탕으로 △3개 석유화학 산업단지 구조개편 △충분한 자구노력과 타당성있는 사업재편 계획 검토 △금융·세금·R&D·규제완화 등 정부의 종합지원 패키지 마련 등 3대 원칙 아래 석화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부 인가를 통한 생산조정·공동행위 특례를 허용해 민간이 자체 조달해야 했던 공급조정을 제도적으로 돕기로 했다. 해당 특례가 적용되면 기업 간 합법적인 생산량 조정이나 공동투자가 가능하고 기업결합 등도 추진할 수 있어 업계에서는 빠른 도입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각 기업들의 자구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8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우리 석유화학 산업이 미래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개편만이 유일한 돌파구"라며 "선(先)자구노력 후(後)정부지원 원칙을 명시해 자구 노력 없이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려 하거나 설비 감축 혜택만 누리려는 무임승차 기업에게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최홍준 한국화학산업협회 본부장은 지난 10월 1일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열린 '석유화학산업, 생존과 혁신의 해법을 찾아서' 간담회에서 "중국·중동·미국 등 주요 경쟁국은 각각 원료, 가격, 규모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국내는 전기요금 상승 등으로 원가경쟁력이 약화된 만큼 현행법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석유화학산업 맞춤형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뉴스드림]